경찰대에서'직장 내 갑질' 증거 확보한다며 대화 녹음한 경찰 선고유예

뉴스투유
2024-09-15

직장 내 갑질 증거를 확보한다며 휴대전화로 직원들의 전화 통화 내용 등을 녹음한 현직 경찰 신분의 경찰대 직원에게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전경호 부장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A(40)씨에게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경찰대 경찰학과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20년 8∼9월 사이 학과 행정실에서 휴대전화로 직원들의 전화 통화 내용 등을 10차례 녹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학과장의 직장 내 갑질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휴대전화 녹음기를 켜 놓았다가 다른 직원들의 전화 통화를 함께 녹음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수 없다.

A씨의 범행은 학과장에 대한 감찰 조사를 요청하면서 이 녹음 파일을 증거로 제출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통화 상대방의 목소리가 녹음되지 않아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우연히 녹음돼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학과 행정실은 공개된 장소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은 전화 통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삼자"라며 "장시간 녹음기를 켜둬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초래한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직장 내 부당한 대우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측면이 있고, 일부 대화자들이 처벌 불원 의사를 표시한 점과 경찰공무원으로 성실히 근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며 선고유예 이유를 밝혔다.

뉴스투유=김완주기자pilla21@hanmail.net